길드 3인 3

작성자: 유귀
25 0 2011-10-26
색기흐르는 몸짓, 상대를 유연히 압도하는 눈빛, 달달한 꿀이 흘러나오는 입술. 코토퍼트는 조선 제일의 기녀였다.
 

까만 밤이 흐르는 어느 날 코토퍼트는 자신의 호위무사인 원숭이메렁과 기방에서 멀리 떨어진 오솔길을 걷고있었다.

 

코토퍼트: 밤이 참 까매. 그렇지 않아? 원숭이메렁? 꼭 당신의 눈동자같아.

 

원숭이메렁은 코토퍼트 몰래 수줍게 웃었다. 사실 원숭이메렁은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는 벙어리였다. 벙어리였지만 같은 기방안에서 그것도 같은 날 태어난 지라 둘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. 능란하고 임기응변의 뛰어난 코토퍼트의 성격과 우직하지만 섬세한 원숭이메렁의 성격은 누가봐도 반대였지만 그 둘 사이는 세삼스레 성격차가 일어날 수 없없다. 코토퍼트는 원숭이메렁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.

지금 이 순간도 원숭이메렁은 코토퍼트를 안고 싶었지만 그것은 금기. 잘못하다간 몇 십년간 유지된 그들의 우정까지 뒤틀릴 수 있었다. 하지만 본능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참을 수 있던 것이던가. 원숭이메렁은 자신의 손으로 주먹을 쥐고, 펴고, 또 쥐고 폈다.

 

그러던 중 코토퍼트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. 비스듬히 뒤따라 걷던 원숭이메렁도 순식간에 걸음을 멈췄고 둘의 간격은 30cm도 되지 않아보였다.

 

코토퍼트: 나 사실.. 당신에게 고백할 게 있어.

원숭이메렁: ....?

코토퍼트: 당신이 좋아.

 

원숭이메렁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졌다. 잠시 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부딪혔고 그 상태로, 영원한 듯한 그들의 시간이 흘렀다. 서서히 그도 그녀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. 듣기 민망한 그들의 소리가 달빛에 반사되 공기 중으로 스며들었다.

 

코토퍼트: 읍...하..하읏...하학..

 

코토퍼트가 숨이 찬 듯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. 원숭이메렁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그 소리에 더욱 흥분해버렸다. 코토퍼트를 가까운 돌담으로 밀어붙친 후 본격적으로 거사를 시작하려 할 때.

 

누군가 그들의 사이를 무참히도 갈라버렸다.